[마이펫뉴스=이소영 ]
“동물의 삶을 정치에 반영하라.”
최근 전국 40개 동물권단체와 동물활동가들이 모인 ‘동물권 전국행동’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물권 의제를 국정과제에 반영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현재 곳곳에서 자행되는 동물학대 및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는 관행은 생명에 대한 존중의식을 약화시키고 있다”며 “‘생명존중’을 말하는 대통령이라면,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고통받는 비인간 동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동물권을 보장하기 위해 동물복지를 명문화하는 하는 것은 곧 우리 사회를 성숙한 곳으로 발전시키는 노력”이라며 “이런 가치를 정책적으로 실현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고 말했다.
단체들은 이같이 동물의 생명·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법적·제도적 전환이 필요하다며 ‘동물권정책 제안서’를 대통령실에 전달했다. 제안서에는 △동물을 단순히 물건이 아닌 생명체로 인정하는 민법 개정 △동물권을 기반으로 한 독립적 전담기구 설치 △반려동물 매매 구조 및 책임 있는 반려문화 조성 △산업동물의 구조적 착취를 줄이기 위한 실질적 동물복지 실현 △위기동물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 △‘생명존중’ 가치를 관통하는 정책 패러다임 전환 등 총 6대 정책 26개 세부 실천과제가 담겼다.
앞서 지난 6월30일 제주비건,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동물자유연대 등 동물단체들은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 전문위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동물권 의제를 국정과제에 비중 있게 반영해줄 것을 제안했다. 이에 윤준병 경제2분과 중소벤처·농식품·해양 소위원장은 “동물복지는 ‘생명을 존중하고 약자를 배려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핵심 정책 분야”라며 “동물보호단체 등 현장 목소리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동물복지 수준이 실질적으로 높아질 수 있는 국정과제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전남 전역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지난해 8월1일 나주시 세지면 죽동리의 한 농장에서 오리가 물을 마시며 더위를 달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남 전역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지난해 8월1일 나주시 세지면 죽동리의 한 농장에서 오리가 물을 마시며 더위를 달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당시 간담회에 참여했던 일부 단체들은 간담회 이후에도 후속 논의가 이어지지 않는다고 판단해,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제안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이들은 연대에 “동물권단체뿐 아니라 지역 유기동물 보호소, 개인 구조자, 축산농가, 축산업 종사 이주노동자 등 다양한 주체들이 모였다”며 “동물에 대한 구조적 착취가 인간 사회 전반의 불평등과도 깊이 연결돼 있다는 인식이 공유되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고현선 민주노총 동물권행동 카라지회 지회장은 “동물복지가 무시되는 곳에서는 인간의 권리도 보호받기 어렵다”며 지난 5월 경남 합천 3층짜리 돼지축사에서 발생한 화재로 실습 중이던 대학생이 사망한 일을 언급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 모란시장 가축시장 폐쇄와 도살장 철거를 이끈 결단을 기억한다”며 “국정과제에 동물권을 포함하는 것도 그 연장선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대에는 곰보금자리프로젝트,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동물해방물결, 생명체학대방지포럼, 살처분폐지연대, 제주비건 등 40개 단체와 개인 13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