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좋다” 혹은 “머리가 나쁘다”라는 말은 사실 큰 오해에서 비롯된다. 학력이나 직위로 사람의 지능을 단순히 가늠하던 시대는 이미 끝났다.
일본 최고 권위의 노인 정신의학 전문가 와다 히데키는 새책 ‘60세부터 머리가 점점 좋아진다’에서 60세 이후야말로 진짜 ‘좋은 머리’를 만들 수 있는 때라고 단언한다. 도쿄대 의대를 졸업하고 정신과 의사로 수천 장의 뇌 사진을 분석해온 그는 머리가 좋아진다는 것은 타고난 재능이나 지식의 양이 아니라 요령과 습관의 문제라고 말한다.
세상에는 못하던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테크닉이 분명히 존재하고, 그 차이는 결국 아는가 모르는가, 그리고 실천하는가에 달려 있다. 실제로 그는 온라인 강의에서 독해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위해 재수학원 스타 강사의 시스템을 도입해 눈에 띄는 효과를 봤다. 이는 음악이나 미술, 인간관계에서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60세 이후 삶을 슬기롭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알기’와 ‘의욕 가지기’이다. 유익한 정보를 얻고 이를 자신의 방식으로 해석해 나가려는 자세가 삶의 질을 결정짓는다는 얘기다. 더 나아가 의욕이란 결국 자신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며, 뜻대로 되지 않을 때에도 방식을 바꿔보려는 가벼운 발상의 전환이야말로 노년의 똑똑함을 만드는 핵심이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누구나 쉽게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시대에 지식의 양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내 식으로 가공해 나만의 발상과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발전시키느냐에 있다. 와다는 60대 이후의 삶에서 가장 큰 희망으로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시니어’를 꿈꾸며, 상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발상을 즐길 수 있는 것이야말로 노년의 특권이라고 말한다.
나이가 들수록 중요한 것은 기억한 사실이 아니라,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발상을 펼칠 수 있는 힘이며, 이미 지위나 성취를 이뤘다고 안심해 버리면 사고가 정지되어 신선한 생각을 하기 어려워진다고 경고한다. 더불어 그는 사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스스로를 격려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뇌와 마음 모두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전두엽은 즐겁고 신나는 쾌감을 좋아하기 때문에 어떤 실패가 있더라도 ‘그래도 새로운 걸 해봤잖아, 나는 대단해’ 하고 자신을 북돋울 줄 아는 사람이 결국 머리가 좋아지고 인생도 잘 풀린다고 그는 이야기한다.
결국 와다 히데키가 말하는 ‘좋은 머리’란 자신의 인생에 끝없이 희망을 품고, ‘진짜 내 인생은 지금부터다’라는 마음으로 매일을 살아가는 것에 있다. 그는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인간은 발전할 수 있고, 심지어 죽은 뒤에도 남긴 말이나 생각이 후세의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며,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미래에 희망을 갖고 인생을 마음껏 즐길 것을 권한다.
이 책은 노화는 피할 수 없지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시선으로 살아가느냐가 진짜 지혜이자, 늙지 않는 뇌를 만드는 가장 확실한 비결임을 일깨운다
와다 히데키 저/ 윤경희 역/ 지상사/ 272쪽/ 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