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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보다 무서운 '펫로스증후군'
  • 전형일 기자
  • 등록 2014-03-04 18:3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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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잃은 슬픔은 때로는 심각한 결과를 가져 온다.
'펫로스(Pet-loss) 증후군', 또는 '반려동물 상실 증후군'은 보호자(주인)에게 심각한 우울증 및 대인기피증과 같은 증세가 나타나 직장을 그만 두거나 심지어 자살까지도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 해 부산에서는 한 20대 여성이 병사한 반려견을 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도 발생한 것이다.. 2년 전 15년 동안 기르던 반려견을 노환으로 잃은 이 모(28·여)씨는 "하루 종일 눈물이 나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며 "당시 다니던 대학을 한 학기 휴학하기까지 했다"고 토로했었다.

'인간과 개, 고양이의 관계심리학'이라는 책의 저자 세르주 치코티, 니콜라 게갱은 "반려동물의 죽음에 남자들은 가까운 친구를 잃었을 때, 여자들은 자녀를 잃었을 때와 같은 고통을 느낀다"고 표현했다. 그만큼 반려동물의 죽음은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동반한다는 뜻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1인가구의 경우 펫로스로 인한 충격이 더 심각할 수 있다. 한 대형 동물병원에서 '펫로스 서포트 프로그램'을 운영중인 이소라 임상병리과 과장은 "8개월 동안 상담을 진행한 결과 홀로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펫로스로 더 큰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며 "외로운 1인가구에게 반려동물과 함께 살기를 장려하고 있지만 반려동물이 죽을 경우 오히려 보호자에게 더 큰 외로움이나 우울증이 부메랑처럼 날아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소연 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는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보호자들은 우리가 돌봐줘야 할 약한 존재가 죽었을 때와 똑같은 감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보호자들이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하는 것도 펫로스 증후군의 원인으로 꼽힌다. 주변에서 "고작 동물이 죽었을 뿐인데 너무 유별나게 행동한다"며 따가운 시선을 보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사회적 특성에서도 찾는다. "반려동물 산업이 단기간에 급성장하면서 시장규모만 커졌다"며 "반려동물에 대한 정신적인 감수성이 성장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는 점이다.

반려동물 전문서적을 출간하는 책공장더불어의 김보경 대표는 "해외에서는 개가 사냥을 도왔던 것처럼 나름의 역할을 하면서 가족으로 받아들여지는 기간이 꽤 길었다"며 "우리나라는 반려동물의 역사가 20년 정도 밖에 안 돼 가족으로 받아들이기에는 기간이 짧다"고 분석했다.

다음엔 ‘반려동물과 행복하게 이별하는 방법’을 알아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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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펫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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