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리의 고양이는 또 하나를 데려오고 싶게 만든다.’ 애묘인으로 유명했던 미국의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말이다.
그의 고양이 예찬을 읽고 있으면 고양이를 키워보고 싶어진다. 그러나 길들여 지지 않는 고양이들은 보호자를 이용하여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 한다. 이기적이고 기회주의적인 것이 고양이다. 보호자보다는 자신이 살고 있는 환경과 영역을 사랑하는 동물이다.
보호자들은 고양이와 함께하면 할수록 외로워지고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수 없어 고민에 빠지게 된다. 때문에 고양이와 함께 사는 보호자들은 밥을 주면서도, 간식을 주면서도, 씻기고, 화장실을 비우는 등 온갖 뒤치다꺼리를 하면서도 어느덧 고양이에게 애정을 갈구하고 있다.
보호자들은 고양이를 ‘키운다’가 아니라 ‘모시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고양이의 ‘주인’이 아니라 어느덧 고양이의 ‘집사’의 모습이 되어 있다. 고양이의 보호자들에게 어울리는 말은 ‘주인’이라기보다는 ‘집사’이다. 고양이의 눈으로 보면 보호자는 자신을 모시는 ‘집사’이다.
대체 고양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도 없고 까다로운 그 성미를 맞추기도 만만치 않다. 때문에 보호자들의 ‘집사’ 노릇도 쉽지 않다. 사랑하는 마음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럼 대체 어떻게 해야 고양이를 잘 뒷바라지할 수 있을까?
반려견들은 보호자들에게 충성한다. 그러나 고독하고 외로운 고양이는 충성하는 집사들에게 애정을 표현한다. 고양이는 충실한 집사에게 자신의 뜻을 전하고 싶어 한다. 보호자들의 너무 사랑해서 해준 일들이 오히려 고양이들은 싫어 할 수가 있다.
고양이는 그들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스스로 좋다는 표현을 하지만 보호자들이 잘 모르는 경우도 많다. 또한 우아하고 도도한 고양이를 키우는 ‘주인’이 아니라 모시기 급급한 ‘집사’들도 고양이가 얼마나 집사들을 사랑하는지 알고 싶다.
고양이가 자신의 집사들을 어떻게 사랑하는지 그 표현하는 방법들을 알아보자.
▲꾹꾹이와 쭙쭙거리기
고양이가 쭙쭙거리며 보호자의 신체 일부를 빨거나 반려자의 옷, 이불을 빠는 행동은 고양이가 어미젖을 빨던 행동이 일종의 습관이다. 보호자의 품이 엄마의 품속처럼 편안하고 기분 좋을 때하는 행동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고양이들이 사람의 몸 보다는 이불이나 보호자의 옷가지에 대고 하는 경우가 많다. 소심한 성격이거나 사람보다는 이런 움직이지 않는 대상이 좀 더 편안하기 때문이다. 보호자 체취가 나는 대상에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신뢰와 애정을 담고 있다.
이런 행동은 고양이가 보호자의 몸을 자신의 앞발로 꾹꾹 맛사지 하는 행동과 같이 나타난다. 고양이가 보호자에게 최고의 신뢰와 애정의 표현하는 것이다. 고양이가 정말로 만족하고 편안해 하고 있다는 확실한 신호다. 보호자의 신체나 옷가지를 빠는 행동과 마찬가지로 보호자에게 대한 무한한 애정을 보이는 것이다.
▲배를 보이며 눕기
고양이가 배를 보이고 눕는다면 컨디션이 매우 좋고 기분도 좋다는 뜻이다. 고양이는 항복의 의미인 배를 보여주기를 싫어한다. 그럼에도 고양이가 보호자에 대한 인사로서 자신의 배를 보여 줄 때가 있다. 그만큼 자신이 편안하며 자신의 약한 부분(배)을 보여 주는 것에도 거리낌이 없을 만큼 보호자를 신뢰 한다는 것이다. 고양이끼리는 같이 놀자는 표현이기도 하다. 보호자에게 처음에는 쓰다듬는 것까지 허용하고 ‘그르릉’ 소리까지 내며 좋아한다. 그러나 좋아하다가도 느닷없이 보호자의 손을 깨물고 뒷발로 차는 행동을 하는 고양이도 있다. 스킨 쉽을 즐기는 고양이라도 고양이는 원래 자신이 원할 때만 스킨 쉽을 받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다. 그래서 그 미묘한 감정에 따라 갑자기 고양이가 변덕을 부리는 것이다. 고양이가 배를 보여 주는 것은 사실 스킨 쉽 보다는 보호자를 받아들이고 신뢰를 보여 준다는 의미가 더 크다.
▲다리사이로 부비며 지나가기거나 머리로 부비며 들이받기
고양이 자신의 체취를 상대에게 옮기기 위한 행동이다. 고양이끼리도 서로의 체취를 상대의 몸에 묻히며 친근함을 표시한다. 어미고양이들이 자신의 새끼들에게 자신의 체취를 맡으며 애정을 표현하는 것과 같다. ‘넌 내꺼 내가 너를 찜했어’하며 보호자에게서 자신의 냄새가 나는 걸 즐긴다. 사람들은 종종 이 애정표현이 고양이가 애정과 먹이를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해 간식이나 먹이를 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고양이의 본능적인 친근함과 애정의 표시일 뿐이다. 고양이가 보호자의 다리를 머리를 퉁퉁 부딪치거나 박을 때가 있다. 고양이들은 서로 머리를 부딪침으로서 서로를 알린다. 그것은 우호적인 고양이간의 인사여서 만약 고양이가 그렇게 한다면, 고양이는 보호자를 가족 구성원으로 본다는 것을 의미 한다
▲엉덩이 보여주며 꼬리세우기
고양이는 항문 옆에 있는 체액분비선인 항문낭에서 고유의 체취를 발산한다. 고양이는 친한 보호자에게 자신만의 체취를 맡을 수 있게 허락한다. 자신을 기분 좋게 만져주고 놀아달라는 표현의 한 방법으로 사용한다. 만약 이 때 고양이의 꼬리 밑둥을 긁어 준다면 칭찬과 친밀함의 표시로 고양이는 받아들인다. 나긋나긋하고 우아하게 걸어오면서 꼬리를 빳빳이 치켜세우는 것은 보호자에 대한 최고의 호의이며 자기 좀 예뻐해 달라는 뜻이기도 하다. 기쁠 때나 반가울 때 꼬리를 흔들어 마음을 표현하는 반려견과는 달리 고양이는 짜증이 나거나 화가 날 때 꼬리를 흔든다. 초조하거나 불안할 때도 꼬리를 흔든다. 보호자는 고양이의 꼬리까지도 살펴 애정을 확인할 수 있다.
▲골골골 그르릉 소리
고양이는 기분이 좋을 때면 목을 울려 ‘골골골’ 소리를 낸다. 무려 1초에 20~30번 디젤 엔진과 비슷한 정도의 고속 스피드이다. 주로 좋아하는 상대에게 귀여움을 받아 긴장이 풀렸을 때 내는 경우가 많지만, 때로는 다쳤다든지 컨디션이 나쁠 때 골골대기도 한다. 골골골 하고 가르랑대는 것만으로도 고양이는 스스로 치유 능력을 높일 수 있다. 고양이의 규칙적이고 일정한 그르릉 소리가 플라시보(위약효과)와 같이 심리적인 안정을 주어 고양이의 자기치유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물론 골골송을 듣는 보호자도 심리적 안정감에 도움이 된다. 고양이를 만졌을 때 이런 소리를 내는 건 어미고양이의 품속에 있는 것처럼 편안하고 아주 기분이 좋다는 신뢰와 애정의 표현이다.
▲천천히 눈을 깜빡이며 눈 키스하기
고양이는 낯선 사람이나 다른 고양이와 만나면 상대를 응시한다. 고양이가 빤히 쳐다보기만 할뿐 눈을 깜빡이지 않는다면 상대를 신뢰하지 못하고 무슨 의도인지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고양이가 무시하고 다른 데로 가 버린다면 친해지기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반대로 보호자와 고양이가 눈이 마주쳤을 때 그윽하게 바라보며, 두 눈을 지긋이 깜빡이는 경우엔 친근함과 애정을 준다는 표시이다. 보호자에게 '나는 널 해칠 의사가 없고, 너에게 호의적이다' 라는 뜻이다
▲고양이의 선물
고양이가 벌레나 새, 쥐 등을 집 앞이나 방, 혹은 보호자의 발밑에 두고 가는 경우가 있다. 보호자는 이런 고양이의 행동에 깜짝 놀란다. 하지만 고양이는 신뢰와 애정의 표현으로 보호자에게 선물을 준 것이다. 보호자는 놀라지 말고 고맙다는 표시로 쓰다듬어 주면 된다. 고양이들은 보호자의 이런 행동에 뿌뜻함을 느낀다.
고양이와 같이 사는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고양이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고양이의 눈으로 보면 보호자는 자신을 모시는 ‘집사’이다. 고양이는 재미도 없는 장난감을 주고 놀라고 좋아하는 보호자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고양이에겐 자신이 배고플 때 먹을 것을 주지 않으면 보호자가 자기를 굶겨 죽이려는 것으로 본다. 고양이는 보호자를 이해 할 수 없다. 그러나 고양이는 집사인 보호자와 보내는 즐거운 한때를 무척이나 기다리기도 한다. 고양이는 아주 교활하게 귀여움을 무기삼아 집사를 위협한다. 보호자가 고양이에게 사랑받는 방법은 고양이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이다. 고양이에게 사랑받기는 참 쉽다. 모든 결정권이 고양이에게 있기 때문이다. 고양이의 호감을 사려면 그들을 귀찮게 하지 않고 무심한 듯 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좋다. 고양이는 보호자가 그들의 행동을 이해하고 받아준다면 자신의 집사인 보호자에게 무한한 애정을 표시할 것 이다.
고양이는 세상 모두가 자기를 사랑해주길 원하지 않는다. 다만 자기가 선택한 사람이 자기를 사랑해 주길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