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펄럭이는 세계사
  • 마이펫뉴스
  • 등록 2025-06-21 11:00:33
기사수정

 "깃발에는 꿈과 의지, 역사와 미래가 깃들어 있다. 깃발은 역사의 미니어처다."

 

우크라이나 전 내각 장관이자 기업가인 드미트로 두빌레트가 최근 출간한 '펄럭이는 세계사'(윌북)는 국기와 깃발을 통해 세계사의 흐름을 되짚어보는 책이다. 200개가 넘는 국기와 깃발 속 상징의 기원과 전파·변화 과정을 통해 세계 각국의 정치·지리·문화의 전환점을 들여다본다.

 

저자는 국기와 깃발의 패턴과 상징을 공부하는 것이 세계사의 흐름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프랑스 삼색기는 '혁명의 불꽃'의 상징으로 세계 곳곳의 계급 혁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대영제국의 상징인 유니언잭은 제국주의 확장을 촉발했다. 또 공산권 국가의 상징인 '오각별'은 거대한 이념 집합체를 의미하고, 독수리와 백합, 붉은 별처럼 반복되는 도상은 각 나라의 역사적 뿌리와 지정학적 위치를 의미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국기와 깃발은 한 국가의 독립 투쟁과 저항의 역사를 상징하기도 한다. 북태평양 마셜제도에 위치한 비키니 환초의 깃발은 미국의 수소폭탄 실험으로 파괴된 섬들을 상징하는 검은 별 3개와 함께, 마셜어로 '모든 것은 신의 손에 달렸다'는 문구를 담고 있다. 핵실험으로 삶의 터전을 빼앗긴 원주민의 역사와 저항을 상징한다. 또 캐나다의 단풍잎 국기에는 대영제국의 흔적을 지우고자 했던 캐나다 국민의 정치적 투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는 한국의 태극기에도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평화를 상징하는 흰색 바탕에 음과 양의 태극 문양이 담겨 있고, 태극 문양 주위의 사괘를 다 합치면 결실을 의미한다고 소개했다. 저자는 또 2009년 서울 진관사 부속건물 철거 과정에서 발견된 태극기에 대해선 '일장기의 태양 위로 태극 문양을 검게 덧칠해 항일 의지를 표현했다'며 각별한 관심을 표한다.

 

아울러 평화를 사랑하면서도 불의에는 거세게 저항하는 한국인의 철학은 태극기뿐만 아니라 각종 집회에서 쓰이는 깃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특히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때 분노한 젊은이들이 시위 현장에 들고나온 이색적인 문구의 깃발이 진지함 속에서도 해학과 풍자의 유쾌함을 잃지 않으려는 한국인의 기질을 잘 보여준다고 말한다.


드미트로 두빌레트 저/ 한지원 역/ 388쪽/ 윌북/ 2만2000원

0
마이펫뉴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