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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의 바다
박서현 기자  |  mypet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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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9.13  13:3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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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해변과 파도, 드넓은 해양, 미지의 세계…. ‘바다’ 하면 떠오르는 생각은 제각각 다르다. 특히 관점을 ‘바다 위 인간’으로 옮겨보면 더욱 그렇다. 누군가에겐 낭만과 추억의 공간이 다른 이에겐 떠올리기도 싫은 공포와 참사의 현장으로 변한다.

책은 15편의 이야기를 통해 바다야말로 시시각각 범죄와 악행이 이뤄지는 거대한 공간임을 고발한다. 인신매매업자와 밀수업자, 해적과 용병, 쇠고랑을 찬 노예와 파도에 내던져진 밀항자, 도둑질과 오염물질 투기, 밀렵꾼과 이를 쫓는 환경보호 활동가 등 말 그대로 ‘무법지대’로서의 바다 모습을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10여 년 전 원양어선에 탄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학대와 착취 등으로 큰 물의를 빚은 국내 모 기업의 사례도 담겨 있다. 다국적 저인망 어선단의 어업과 해양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팔라우, 호화 크루즈선의 불법 폐기물 해양 투기 등 환경오염 문제도 다룬다. 바다로 끌려와 고문당하는 죄수, 버려진 배와 함께 남겨진 선원, 인신매매와 채무를 이유로 노예처럼 배에 잡혀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다. 임신중절이 불법인 나라의 여성들을 배에 태우고 공해로 나가 중절수술을 하는 한 의사의 이야기에선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마저 들게 한다.

뉴욕타임스 기자로 퓰리처상을 받은 저자는 우리가 보지 못했고, 보려 하지 않는 바다의 ‘디스토피아’를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바다에서 벌어지는 범죄 등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거나 외면하는 각국 정부의 태도에 대한 문제도 제기한다. 이면에는 노동과 환경, 정치와 외교, 주권과 재생산권 등의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다. 저자는 “물고기가 아닌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면 다른 문제가 보일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언 어비나 저/ 박희원 역/ 아고라/ 3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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