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학생들에게 ‘동물 복지’를 강의하는 반려동물과 교수가 뒤로는 불법 경매장을 운영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동물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비구협)는 공식 소셜미디어(SNS) 계정에서 “그동안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진 불법 동물번식장과 이를 알선해 유통하는 경매장에 대한 비공개 조사를 진행해왔다”며 “불법 유통의 큰손이자 총책은 다름 아닌 D대학교 반려동물과 교수 홍모씨였다”고 폭로했다.

비구협에 따르면 홍씨는 허가받지 않은 불법 번식장에서 생산된 반려동물들을 마치 동물생산업으로 정식 등록된 업장에서 태어난 동물인 것처럼 꾸며 경매대에 올렸다. 이렇게 홍씨가 경매장에 들여온 불법 번식장만 40곳이 넘는다.

비구협은 또 홍씨가 경매 때 필요한 동물 ‘개체관리 카드’도 위조했다고 주장했다. 태어난 지 60일 미만인 강아지는 거래할 수 없다는 동물보호법 조항에 따라 개체관리 카드상의 정보를 모두 태어난 지 61일 이상 된 것으로 조작한 것이다.

박인종 반려동물생산자협회 사무총장은 JTBC에 “(홍 교수는) 개만 갖고 가면 생일도 멋대로 써서 줬다”며 “하루에 300~400마리의 강아지가 나오는데 어떻게 그 강아지들 생일이 다 똑같겠냐”고 말했다.

다만 홍씨는 이에 대해 “(고령이신) 생산업자들을 대신에 써드린 것일 뿐”이라며 “업자들이 오히려 자신을 속여 팔았다”고 반박했다.

이외 홍씨가 중국에서 ‘종견’을 수입해 국내 불법번식장 등에 한 마리당 평균 1000만원을 받고 팔아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종견은 번식을 목적으로 들여오는 개체를 뜻한다.

비구협은 “홍씨가 중국에서 저렴한 가격에 종견을 들여와 거액을 받고 팔면서도 어떤 매매 자료도 남기지 않았다”며 “그를 조세포탈 혐의로 국세청에 신고하고 100억원에 달하는 경매수수료에 대해서도 특별조사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홍씨가 운영하는 유성동양경매장과 천안동양경매장 두 곳에 대해서도 동물보호법 위반과 개체카드 등을 조작한 사문서위조죄로 형사고발했다. 경매장을 통해 반려동물을 유통한 불법번식장 총 48곳도 모두 고발된 상태다.

지난 5월 적발된 전북 진안의 불법 번식장. 케이지 안에서 방치된 강아지들의 모습. 남윤우 인턴기자

김세현 비구협 이사는 “수많은 반려동물 불법 생산업자들이 계속 생산을 이어갈 수 있었던 건 결국 이들의 유통을 돕고 세탁해주는 불법 경매장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반려동물 문제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지자체가 불법의 온상지인 경매장 18곳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매장에서 팔리는 반려동물 각각의 개체카드부터 이들이 경매장에 오기 전 어떤 번식장에 있었는지까지도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