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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능력주의
박서현 기자  |  mypet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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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10.06  08: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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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은 최근 몇년 사이 한국 사회의 문제점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때마다 등장하는 핵심 키워드다. 많은 사람이 “불평등이 큰 문제”라고 우려를 표하고 분노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들과 사뭇 다른 조사 결과가 있다.

1981년부터 2020년까지 40년간 세계 사회과학자들이 참여하고 4~5년마다 결과를 발표해온 ‘세계가치관조사’는 문항 중 하나로 “소득이 평등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노력 등에 따라) 더 차이가 나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물었다.

6차 조사(2010~2014년) 결과를 보면 한국의 경우 평등 쪽에 찬성한 비율은 23.5%였고, 불평등 쪽은 58.7%였다. 독일은 각각 57.7%, 14.6%, 미국은 29.6%, 36.2%, 중국은 52.7%, 25.8%였다. 한국인의 불평등 찬성 비율이 두드러진다. 최근 7차 조사(2017~2020년)에서는 한국인의 64.8%가 불평등에 찬성해 그 비율이 더 높아졌다. 평등에 찬성한 이들은 12.4%에 그쳤다.

<한국의 능력주의>의 지은이는 이런 조사 결과를 제시하며 자신의 책을 “불평등은 참아도 불공정은 못 참는 한국 사회와 한국인에 대한 보고서”라고 소개한다. 그는 “한국에서 벌어진 공정성 시비의 절대다수는 결과가 불평등해서가 아니라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불만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보상에 접근할 기회가 공평했는지, 그 보상이 능력에 따라 제대로 분배됐는지만을 문제 삼는다는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과정이 ‘공정’했다고 간주되면 결과의 불평등은 수용한다는 의미가 된다.

지은이에 따르면 이런 심성을 뒷받침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한국 사회의 공고한 능력주의다. 문자 그대로는 ‘능력에 따른 지배’를 의미하는 능력주의는, 현실에서는 ‘능력과 노력에 따른 응분의 보상체계’라는 의미로 통용된다. 능력주의의 관점에서는 능력이 더 뛰어나고 노력을 더 많이 한 사람에게 더 많은 보상이 주어지는 것, 능력과 노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더 적은 몫이 주어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개인 간 능력의 차이는 분명하게 존재하기에 그 결과로 나타나는 불평등은 정당한 것이다. 이런 능력주의는 “오랫동안 한국인을 지배해온 이데올로기”였고, “한국은 자본주의-능력주의 체제의 최첨단에 선 사회”다. 한국인의 과도할 정도의 교육열, ‘스펙’과 인맥에 대한 집착, ‘억울하면 출세하라’ 식의 지위 상승 욕구 등은 모두 능력주의와 밀접히 관련돼 있다는 것이 지은이의 분석이다.

박권일 저/ 이데아/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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