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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박서현 기자  |  mypet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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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8.15  09:4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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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에게 식물은 어떤 존재일까? 인간은 언제나 식물을 자기 욕망을 충족하는 도구로 여기며 이용해왔다.

동물처럼 움직일 수 없는 식물은 이를 거부치 못하고 인간의 욕망을 채우는 도구로 살아야 했다. 어떤 식물은 머나먼 이국땅으로 옮겨져 낯설고 거친 기후와 환경을 견뎌내야 했고, 또 어떤 식물은 만족을 모르는 인간의 입맛을 충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개량되며 본래 모습과 정체성을 상실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식물은 인류에게 그저 이용당하는 피해자로만 살아왔을까? 그렇지 않다. 식물은 씨앗을 퍼뜨리기 위해 자기만의 기상천외한 방법들을 개발했다. 민들레처럼 가벼운 홀씨를 바람에 실어 훌훌 날려 보내는가 하면, 탐스럽고 달콤한 열매가 동물에 먹히도록 함으로써 씨앗을 멀리멀리 퍼뜨리기도 한다.

인간의 식물 재배도 식물의 입장에서 보면 효율적으로 씨앗을 확산시키는 데 이바지한다. 인간에 의해 재배되는 작물들은 하나같이 살뜰한 보살핌을 받으며 성장한 다음 지구촌 구석구석까지 영역을 넓혀나간다.

지구 밖에서 온 생명체가 지구를 관찰한다고 가정할 때, 그의 눈에 비친 지구의 진정한 지배자는 누구일까? 인간일까, 아니면 식물일까? 공존상생이라는 큰 관점에서 볼 경우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생물학적 윈윈 전략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일본 식물학자 이나가키 히데히로 박사가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자극하며 세계사의 큰 흐름을 만들어낸 식물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냈다.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은 제목 그대로 13가지 식물의 이야기로 인간과 식물의 공생 비밀을 들려주는 저서다.

초강대국 미국을 만든 '악마의 식물' 감자를 비롯해 인류의 식탁을 바꾼 새빨간 열매 토마토, 콜럼버스의 고뇌와 아시아의 열광이 새겨진 고추, 달콤하고 위험한 맛으로 노예무역을 부른 사탕수수, 대공황의 위기를 극복하게 해준 콩, 고대국가 탄생의 기반이 된 벼 등의 이동과 변천사에서 쏠쏠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 가운데 '후추'를 예로 들어보자. 모든 것은 후추를 향한 인간의 '검은 욕망'에서 시작됐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도, 바스쿠 다가마의 위대한 항해도, 페르디난드 마젤란의 최초 세계 일주 탐험도 모두 후추에서 비롯됐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대항해시대를 활짝 열고 영국이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인 대영제국을 건설한 것, 미국이 영국의 바통을 이어받아 세계 유일 패권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승승장구한 것 역시 후추가 그 비결이었다. 특히 15세기 유럽에서는 후추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후추 가격이 황금 가격과 맞먹는다'고 할 정도였다.

'감자'는 또 어떤가. 오늘날의 초강대국 미국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공신이 바로 감자였다. 19세기 아일랜드에는 감자역병으로 인한 대기근이 휩쓸고 지나갔다. 100만 명에 이르는 사람이 굶주림으로 고통 속에 죽어 나갔고, 운 좋게 살아남은 이들은 신천지로 여겨지던 미국으로 앞다퉈 이주했다. 그 수가 무려 400만명!

이들은 대규모 노동자 집단으로 변신해 미국 공업화와 근대화에 크게 기여하게 된다. 그리고 미국은 당대 최강대국 영국을 앞지르며 세계 최고 공업국가로 발돋움한다. 역대 대통령인 J.F. 케네디와 로널드 레이건,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의 선조들도 그 행렬에 끼어 있었다. 19세기 감자역병이 없었다면 미국의 역사는 어떤 모습으로 달라졌을까?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이들 식물이 어떻게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오늘의 세계지도를 만들었는지 차례로 들려준다. 저자는 "평범한 식물들이 인류 역사의 큰 흐름을 만들고 바꿀 수 있던 까닭은 특정 시대마다 특정 식물에 인간의 들끓는 욕망이 모이고 강하게 투영됐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이나가키 히데히로 저/ 서수지 옮김/ 사람과나무사이/ 296쪽/ 1만6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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