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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이 ‘가습기메이트’ 유해성 먼저 입증했다
박서현 기자  |  mypet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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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22  17:4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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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을 재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동물실험을 근거로 수사망을 피해간 애경 ‘가습기메이트’의 유해성을 입증하는 사례가 반려동물을 통해 확인됐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22일 애경 가습기메이트만 단독으로 사용한 가정에서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이 사망, 호흡곤란, 폐 섬유화, 기관지확장증, 비염, 천식 등 심각한 건강 피해를 본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가습기메이트는 에스케이(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각각 원료를 제조하고 판매한 제품으로 옥시의 옥시싹싹 다음으로 피해자가 많이 사용한 제품이다. 세번째로 사용자가 많은 이마트 PB 가습기 살균제도 애경에서 납품받아 라벨만 바꾼 같은 제품이다.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을 원료로 한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역학 조사 당시 두 물질의 유해성을 결론지을 근거가 없다고 수사가 중단됐다.

20일 경기도의 한 카페에서 ‘애니멀피플’과 만난 ㄱ아무개씨(30)씨의 고양이 5마리는 현재 확인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 동물 가운데 살아남은 유일한 사례다. ㄱ씨는 2010년 1월부터 2011년 1월까지 애경 가습기 메이트를 사용했다.

ㄱ씨는 2009년 고양이를 처음 입양했다. 그런 가운데 지인이 맡기고 찾아가지 않은 고양이들, 길에서 밥을 얻어먹다 ㄱ씨를 쫓아온 고양이까지 식구가 12마리로 늘었다. 복층 오피스텔에 살던 ㄱ씨는 본인과 고양이들의 건강을 위해 가습기를 두 대 들여 아래·위층에 놓았다. 가습기 살균제도 매일 사용했다. 가습기는 ㄱ씨가 출근한 후에도 고양이들이 집에 있으므로 24시간 가동했다.

악몽은 2011년 8월부터 시작됐다. 당시 나이가 1살이 채 되지 않은 어린 고양이들이 아프기 시작했다. ‘취취’거리며 재채기를 시작하더니 식욕이 떨어지고 숨쉬기 어려워했다. 동물병원에 가니 초기에는 상부 호흡기 감염증을 의심했다. 고열에 폐에 물이 차기 시작하자 복막염을 진단했다.

병원에서는 복막염 바이러스는 습한 환경을 싫어하니 가습기를 더 세게 틀라고 했다. 하지만 증세는 나아지지 않았다. 몇몇 고양이들은 몸을 부들부들 떨고 날카로운 소리를 지르며 경련을 했다. 9월에 세 마리가 사망했다. 10월에 두 마리가 뒤를 이었다. 11월에 한 마리, 이듬해 초에 ㄱ씨가 처음으로 입양한 ‘루루’가 별이 되면서 악몽 같은 시간은 일단락됐다.

총 7마리가 죽어 나가는 동안 세 군데 병원에 다녔는데 모두 복막염일 가능성이 크다고 해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 오피스텔 1층에 있던 동물병원에서는 수의사가 ㄱ씨의 집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복막염이 이렇게 한꺼번에 발생하긴 어렵다며 집안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러 왔어요. 하지만 원인을 찾을 수는 없었죠.” 가습기 살균제 인체 피해가 공론화하기 전이었다.

ㄱ씨의 몸에도 문제가 생겼다. 만성 기침과 비염을 앓는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고를 했지만 피해 인정 규모가 협소한 탓에 피해자 범위 안에 들어가지 못했다. 살아남은 5마리 고양이는 이후로 늘 재채기와 콧물을 달고 산다.

특조위는 생존 고양이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했다. 5마리의 폐 CT 촬영을 하고 건강 상태를 진단한 해마루동물병원 ㄴ아무개 수의사는 “모두 콧물, 재채기, 기침을 하는 등 만성기관지염과 천식을 앓고 있다. 이 가운데 4마리는 저산소증이 온 것으로 보인다. 호흡기계 질환은 이 나잇대 고양이들에게 나타날 수도 있지만, 현재 상태가 일반적인 노령성 변화로는 고려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ㄴ수의사는 “폐에서 산소 교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말초 혈관에서 산소 포화도가 떨어지고 저산소증이 온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CT 사진상에서 폐섬유화 가능성이 있다고 보이지만, 조직 검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폐섬유화가 왔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ㄱ씨 고양이 피해 사례와 사람 피해자 사례를 비교한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한 가정의 사례로 일반화하기는 어렵겠지만 몇가지 측면에서 비슷한 점이 있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주최로 2017년 9월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열린 ‘가습기메이트 인체무해 부당표시광고 조사 중단한 공정위의 회의록 공개 기자회견’. 신소영 기자

백 교수에 따르면 △어릴수록 피해가 컸다는 점 △공간을 공유하면서 집단으로 같은 시기에 발병한 점 △체내 산소포화도가 비정상적으로 낮은 점 △힘들게 숨 쉬다 폐포가 터져 발생하는 기흉 증상이 있다는 점을 꼽았다.

특조위는 “애경 가습기메이트 단독 사용 가정의 반려동물 피해 사례는 정부 동물실험의 한계를 극복하고 가습기메이트의 인체 위해성을 증명하는 중요한 증거물”이라고 밝혔다. 최예용 특조위 부위원장은 “가습기메이트의 유해성이 사람과 동물 모두에서 교차 확인된 만큼 검찰은 관련 증거물을 가습기메이트 제조·판매사인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수사에 적극적으로 참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ㄱ씨는 최근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정신과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특조위에 제출하려고 별이 된 7마리 고양이의 진료 기록을 다시 보기 시작한 그 날부터 악몽을 꾸기 시작했다. 발작하며 지르던 비명, 한밤중 병원 문이 닫혔을 때 집에서 주사기로 직접 복수를 뺐던 순간이 영상처럼 눈앞에 어른거린다.

ㄱ씨가 덧붙였다. “저보다 피해가 크신 분들이 많아 늘 조심스러워요. 다만 우리 고양이들이 왜 죽었는지를 밝히면 가습기메이트의 유해성을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그동안 잘못이 없다고 발뺌해 온 SK와 애경 등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내년이면 고양이들이 떠난 지 꼭 10년이 된다. 연이은 죽음의 이유가 은폐된 10년이기도 하다. CMIT·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고자는 3월 기준 1958명(애경 1370명)에 달하지만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은 일체의 사과나 배상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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